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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처방] 성인(聖人)이 필요한 시기

요즘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의 민낯을 보면 마치 도떼기시장 같다. 좁은 땅덩어리에 붙어살면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대며 삿대질하고, 극단적인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반으로 나뉜 나라가 다시 반으로 동강 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고학력 해외유학파 경제 사기범들은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을 날로 먹고 튀질 않나,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 알고 강 건너 불구경하던 마약에 우리 아이들이 손을 대질 않나. 도떼기시장도 이런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정부는 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큰소리치지만,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이다. 법으로 인성을 고치는 것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법집행자들의 윤리성을 신뢰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는 법치란 말이 비아냥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법이 아니라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다. 사회의 존경을 받는 대상이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가정에 어른이 없으면 콩가루 집안이 되듯이 나라에 어른이 없어도 같은 현상이 생긴다.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판을 치고 그 틈새에 사이비 종교들이 기세를 부린다. 그래서 법보다 존경받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존경의 대상을 성인(Saint)이라고 부른다. 성인은 사람에 대한 최대 존칭어이다. 성인들은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 안에서도 아주 중요한 존재 의미를 갖는다.   성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성인들은 쓰러져가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등대 같은 존재들이었다. 중세 유럽의 많은 신자가 부패한 성직자들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하여 교회에 등을 돌리려 하다가 다시 신앙의 길로 들어선 것은 수많은 선행과 기적을 일으킨 성인들 덕분이었다. 성인들은 대부분수도자이었고, 이들은 신자들의 신앙을 고취했을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 지도적 역할을 수행한 학자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를 교황들의 교회라 하지 않고 성인들의 교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성인들을 머리 뒤에 후광을 두른, 세상과는 별개로 격리되어 사는 별종 인간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가톨릭의 많은 성인은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뛰어든 사람들이다.   현대의 대표적인 성인을 소개하자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 수녀를 들 수 있다. 흙수저·금수저를 따지고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산다는 천민 철학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사는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 바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어머니 역할을 한 것이 마더 테레사 수녀이다.   미국인 군종신부 에밀 카폰은 어린 동생 같은 미군들을 돌보려고 같이 포로로 잡히었고, 포로수용소에서 그들을 돌보다 병사한 신부이다. 그의 마음은 적군조차 감동하게 하였다고 한다.   이태석 신부는 의사의 신분으로 돈도 명예도 마다하고 내전 중인 남수단에서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인 나환자들과 함께하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눈물을 모른다는 남수단 아이들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게 한 사람이다. 불자인 구수환 감독은 자신과 종교도 다른 가톨릭의 이태석 신부에게 매료되었다. 그는 정신적으로 오염된 한국사회의 치유를 위해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알리고자 오랫동안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많은 관객은 ‘울지 마 톤즈’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성인은 종교만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헌신한 성인들은 세상의 희망이자 별이다. 이런 별들이 많을 때 암흑 속에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고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중세 유럽 가톨릭 국가들이 정신적인 지주로 삼았던 성인들처럼 우리도 우리의 성인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살레시오회에서 비행 청소년들을 위한 강의를 하던 중 당혹감을 느꼈다. 아이들 중 절반은 잘 웃고 감정 표현도 잘하였는데, 나머지 아이들은 시종일관 무표정이었다. 수사들에게 물으니 무표정한 아이들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인데, 한 달 후면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이 법이 아니라 성인 같은 선한 사람들임을 그곳에서 보았다.   선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악한 자들이 발붙일 자리가 없는 세상이 진정한 민주사회이고, 진정한 의미의 하느님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개신교·불교·이슬람교 할 것 없이 모든 종교에서 성인들이 많이 나와서 오염된 세상을 정화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등대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속풀이처방 성인 시기 이태석 신부 천민자본주의 사회 군종신부 에밀

2023-05-29

[열린 광장] 왕이 되고 싶은 남자들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이 손바닥에 왕(王)이란 글자를 새겼다가 곤욕을 치렀다. 본인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대가 어떤 때인데 왕이 될 생각이냐는 세간의 비난은 따가웠다.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남자들은 누구나 왕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선 주자 그 한 사람만의 욕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편들이 아내에게 바라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집안이 늘 정갈하고, 집에 들어올 때는 가족들이 가장을 반갑게 맞아야 하고, 식사도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바람. 이 세 가지 바람의 밑바닥 욕구가 왕이 되고 싶은 욕구라고 한다. 집안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남자들이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욕구는 대단하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화두는 어떤 왕을 뽑아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세상은 지금 구약시대를 방불케 한다. 제국의 왕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새로 뽑는 ‘대통령’이라 불리는 왕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이는 민족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화두다.   첫 번째 조건은 관대함이다. 인간의 역사를 뒤돌아보건대 왕중왕으로 칭송받는 사람들은 관대한 왕들이었다. 이란의 전신인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은 관대함으로 이름을 날린 왕으로서 구약에서도 언급이 될 정도로 다른 민족에게도 존경 받았다. 왕의 관대함 크기만큼 제국의 크기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만델라 대통령도 관대함으로 남아공의 분열을 막았고,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 장군도 유명하다. 그는 무자비한 학살자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항복한 남군 병사들에게 “전쟁은 끝났소. 그대들은 다시 우리 국민으로 돌아왔소”라고 하면서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배려까지 해 주었다.     우리는 아주 좁은 땅덩이에서 살고 있다. 삼면이 바다에 북쪽으로도 단절되어 사실상 아주 작은 섬에 사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서로를 증오하는 것은 모두의 자살행위와 같기에 관대한 사람이 왕이 되었으면 한다.   두 번째 조건은 좋은 측근들이다. 측근들은 지혜로운 사람들이어야 한다. 즉 자기가 모시는 사람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해야 한다. 역대 패망한 왕들은 아부꾼들을 측근으로 두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대중심리와 거리가 먼 행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몰락의 길을 갔다.   측근들은 왕이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왕을 통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인류 역사를 보면 왕이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측근이 왕을 제거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 지혜로운 이들이 있어야 왕이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세 번째 조건, 왕은 국민의 삶의 현장에 가까워야 한다. 정치를 엉망으로 한 독재자들일수록 자신의 처소를 아방궁처럼 만들고 국민과 거리두기를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유자적하며 아부꾼들이 전해주는 달짝지근한 말에 중독돼 갔다. 현장에 가질 않는 데다가, 가더라도 아부꾼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현실을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이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위정자가 집을 크고 화려하게 지으면 장기 독재할 가능성이 크지만, 집을 작고 검소하게 하면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런 의미에서 위정자들은 남수단의 이태석 신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는 언제라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자신의 숙소를 환자 중심으로 만들었다. 자기 삶을 환자 중심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남수단인들에게 이태석 신부는 단순히 종교인이나 의사를 넘어 진정한 왕으로 인식된다.     우리나라는 관계가 불편한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다. 식민지 시절을 청산하지 못한 일본, 적으로서 전쟁을 치렀던 중국·러시아·북한 등 사방이 불편한 조건이다. 이런 열악한 생존조건을 가진 나라를 세상이 주목할 나라로 만들려면 그릇이 큰 왕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우수하다. 문제는 이런 우수한 민족을 이끌 왕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왕이 될 만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열린 광장 남자 밑바닥 욕구 관대함 크기 이태석 신부

2021-11-26

'울지마 톤즈' PD 시카고 강연회…25·26일 성정하상성당

고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선교 활동을 다룬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를 감독한 구수환 PD(KBS)가 시카고에서 강연회를 갖는다. ‘미주 아프리카 희망후원회’가 마련한 이번 행사는 오는 25일 오후 5시 반과 26일 오후 1시 데스플레인의 성정하상바오로 성당에서 열린다. 이번 강연회는 무료이며 시카고를 비롯해 뉴욕과 LA에서 모두 6차례 진행된다. 강사로 초빙된 구수환 PD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아프리카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의 사랑과 헌신을 지켜 보면서 “이 신부의 섬김의 마음이 바로 지금 요구되는 이 시대의 정신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한국 내 대학교, 교도소, 경찰서 등에서 이미 2000회 이상의 강연을 했다. 이번 순회강연회는 영상과 사진을 통해 2시간 진행되며 시사프로그램 프로듀서가 사제의 삶에 주목한 이유를 비롯해 한국에서 ‘울지마 톤즈’ 이후로 나타난 변화와 기적, 그리고 바티칸에서 주목한 이태석 신부에 대한 것 등 실제로 영상에 미처 옮기지 못한 뒷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지난 1월 31일 톤즈의 아이들에게 학교와 병원을 짓는 스마일톤즈 프로젝트(www.smiletonj.org)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정부와 KBS가 공동으로 후원하여 수단에 최초의 의과대학을 세우고 학교와 보건소를 만들어 이태석 신부가 시작한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구 PD는 KBS에서 ‘추적 60분’ ‘세계는 지금’ 등을 제작했고 현재 다큐멘터리국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휴스턴 국제영화제 다큐 대상(2011), 서재필 언론상(2011), 가톨릭 매스컴상 대상(2010) 등을 수상했다. ▶문의=847-699-6334. 박춘호 기자

2012-02-21

'사랑만이 희망입니다'…고 이태석 신부의 삶 다큐 '울지마 톤즈'

“‘사랑만이 유일한 희망’임을 몸소 삶으로 보여주셨던 고 이태석 신부님은 사랑의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정말 사랑이십니다’라고 고백 할 수 있었습니다.” 휴먼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이 시카고 한인사회를 처음 찾았다. 데스플레인의 성정하상바오로성당(주임신부 차호찬)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미주아프리카후원회(이사장 김효근 신부)와 함께 ‘울지마 톤즈’ ‘울지마 톤즈 그 후 - 선물’을 상영한 뒤 고 이태석 신부의 뜻을 이어 아프리카의 미래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회원들을 모집했다. 지난 해 9월 한국에서 첫 상영된 ‘울지마 톤즈’(감독 구수환)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도시 ‘톤즈’에서 의료 및 교육 선교활동을 펼치다 지난 해 1월 선종한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그린 휴먼 다큐멘터리로 한국 사회에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새로운 지도자의 상을 제시했다. 김효근 신부는 “아프리카후원회는 고 이태석 신부님 살아있을 때부터 그의 헌신적인 삶을 보고 후원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라며 “고 이태석 신부님은 종교를 떠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라는 삶의 근본적인 물음에 정답은 아니더라도 그 해답을 줬다. 그 분의 사랑의 씨앗을 아프리카 전역에 뿌리는 데 많은 한인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호찬 신부는 “의료·교육·선교 등 여러가지 후원활동 중 우리는 교육 후원을 담당할 것”이라며 “한 번에 크고 많은 후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지만 지속적인 후원이 그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에게 사랑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강조했다. ▶문의=310-617-3110. 임명환 기자

2011-10-11

이태석 신부 같은 해외 선교사 800여명…'받는 교회' 서 '주는 교회' 로 변하는 징표

북미주 한인사목사제협의회는 지난 2일(월)부터 6일(금)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맥클린에 소재한 '도미니칸 피정의 집'에서 2011년 연례피정 및 총회를 가졌다. 캐나다와 미전역에서 한인사목을 하고 있는 33명의 사제와 한국에서 해외이주사목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신철 주교 미국주교회의 아태사목 소위원회의 칼보 주교 등 모두 40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첫 날인 2일 협의회 회장단이 정신철 해외이주사목위원장에게 협의회 현황보고를 하면서 총회가 시작됐다. 협의회 조직 및 운영현황을 비롯해 북미주 공동체 현황 재정 현황 매일미사 현황과 당면과제 등이 보고됐다. 3일 오전에는 '2년짜리 신부가 사는 법'이란 타이틀로 안광성 신부(알래스카 앵커리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한인성당 주임)의 강의가 있었다. 한국교구에서 파견된 후 평균적으로 2년 임기로 교포 사목을 하고 있는 이곳 한인공동체의 현황을 짚어 주었다. 이어서 정신철 주교는 칼보 주교와 회동을 가진 다음 해외선교를 주제로 오후 강의를 진행했다. 정 주교는 "한국에서는 가톨릭인과 비가톨릭인 사이에서 고 이태석 신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이 높다"며 "이태석 신부로 인해 한국에서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주교는 현재 한국천주교회에서 이 신부와 같은 해외 선교사가 800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교회는 현재 전환점에 서 있다. 처음에는 해외 선교사가 들어 와 우리를 도왔고 한동안 선교사 도움 없이 우리의 힘으로 해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주장했던 시기 그리고 지금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변해가는 징표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한국 가톨릭교회의 해외선교의 현재 위치를 지적했다. 정 주교는 또 칼보 주교와의 회동을 언급하며 "해외로 사제를 파견한다는 것은 교구간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 등 나름대로 현실적인 딜레마가 있지만 현지 교구와의 관계에 역점을 두어주기 바란다"며 "미국에 파견된 한인사목 사제들은 한국교구를 대표하는 외교관과 같은 입장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교구 수도회와 외국교구와의 연계를 맺게 하는 중요한 역할임을 항상 마음에 두길 바란다"며 사제들을 격려했다. 마지막으로 탈출기를 인용하면서 "성경에서도 고아와 과부 그리고 외국인의 세가지 계층에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는데 그만큼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사제인 우리가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신자들에게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한 사제들은 각 지역의 사목현황을 간담회를 통해 서로 나누었다. 한편 목요일인 5일 열린 총회에서는 안건토의에 이어 신임회장을 무기명 투표로 실시했다. 투표 결과 김기현 신부(성 토마스 성당 주임신부)가 전임 회장인 배기현 신부(성삼성당 주임신부)의 뒤를 이어 북미주 한인사목사제 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인순 기자

2011-05-17

'아프리카 돕기 골프대회' 150여명 참가 성황…희망 후원회 기금 모금

고 이태석신부의 유업을 돕는 '미주 아프리카 희망후원회(지도신부 김효근 사무총장 천필립)'는 지난 달 23일(토) 샌타클라리타시에 위치한 로빈슨랜치 골프클럽에서 '기금모금 친선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골프장내 밸리코스에서 열린 이 날 토너먼트에는 아프리카를 돕고자 뜻을 함께 한 16개 단체에서 150 여명이 동참해 주었다. 오전 7시 대회에 앞서 성 마태오성당의 브라이언 정 주임신부는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오늘 토너먼트에 참가한 한인 골퍼들의 정성된 마음은 이태석 신부님이 헌신했던 아프리카 수단이 결코 멀리 떨어져 있는 오지가 아니라 우리 한인들의 마음 속에 '지금 이순간'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랑의 땅"이라며 참가한 모든 골퍼와 대회를 준비한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토너먼트를 주관한 엘리트골프의 빌리 장 대표는 "참가자들의 호응이 너무 뜨거워서 빈 자리가 하나도 없어 티타임 배정에 애를 먹었다"며 동참의 열기를 말해 주었다. 동시에 아프리카 후원회 자원봉사자들과 관계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나와 홍보자료로 준비한 DVD와 회원가입서 등을 참가 골퍼 한 사람마다 일일이 설명해 주면서 모금 활동에 열심인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심없는 후원회원들의 봉사를 보고 매년 1회 정도의 골프 토너먼트는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장 대표는 별도로 1000달러 후원금을 내놓으면서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후원금을 보내 준다고 약속한 사람들의 성금도 수렴해 전달할 것임을 밝혔다. 오전 참가팀의 라운딩을 끝내고 오후 참가팀이 시작하기 전에는 LA웨스턴 라이온스클럽(회장 앤드류 임)에서 3000달러 후원금을 후원회에 전달하는 간단한 절차를 가졌다. 이 날 모금된 총 기금은 4719 달러다. 천필립 후원회 사무총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 봉사자들이 모두 놀랐다"며 "한인들의 사랑과 정성이 깃든 이 후원금을 LA지역 한국인의 이름으로 전액을 아프리카로 전달하겠다"며 참가한 모든 단체의 골퍼들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인순 기자

2011-05-03

이태석 신부의 사랑…톤즈에 고등학교 완공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선종 1주기 추모 미사 및 후원회 사업보고회가 지난 15일(토) 300여 명의 신자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 프란치스코 한인성당에서 열렸다. 후원회 회장인 김효근 신부는 "아프리카 톤즈에서 시급하게 필요로 했던 고등학교 건축이 마무리가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며 "다음으로 우리가 도움을 주어야 하는 곳은 수단에서 더 많은 어린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100개 이상의 초등학교를 짓는 일"이라며 후원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진행된 2부 순서에는 성 마리아 성당 청소년 후원회에서 수화찬양과 플룻연주로 고 이태석 신부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또 시인이며 영락교회 권사인 유지애씨가 '이태석 신부님께 드리는 추모시'를 낭송하자 듣고 있던 참석자들이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서 미주 아프리카 희망 후원회의 2010년 활동보고와 함께 재무보고가 있었다. 작년 한해 동안 후원회에서 수단 톤즈로 15만달러를 보냈고 그 후원금으로 고등학교를 건축했다. 한편 이 날 미주 종교 평화 협의회 고문인 양현승 목사가 격려사를 했고 원불교의 현철스님 최정안 교무 그리고 성공회의 김요한 신부도 자리를 함께했다. ▶문의: (213)258-8665 김인순 기자

2011-01-25

이태석 신부 선종 "1년 365일 주민을 위해 살다 가셨어요"

2008년 '남가주 성령쇄신대회' 때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료 및 교육 선교를 하는 한국인 신부로 특별 초청되어 한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이태석 신부(48세 살레시오 수도회)가 지난 13일(한국시간 14일 새벽 5시35분) 선종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이곳 한인들 특히 2008년 성령대회 후인 지난해에 남가주에서 설립된 범 종교차원의 '미주아프리카 희망 후원회'의 관계자와 600명이 넘는 후원자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미주종교평화 협의회의 상임대표로 후원회를 돕고 있는 양현승 목사는 추모 웹사이트를 통해 "진심으로 신부님을 위해 기도하고 이루지 못한 아프리카의 톤즈 주민들에게 계속해서 희망과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후원회를 적극 도울 것"이라는 추모 기도문을 올렸다. 후원회 회장인 김효근 신부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저녁 토런스의 성 프란치스코 한인성당에서 이태석 신부를 위한 연미사와 연도를 시작해 15일까지 3일 동안 계속했다. 토요일인 16일 오후5시에는 추모미사를 한인 신자를 비롯한 후원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드렸는데 연도 첫날 300명이던 추모자들이 이 날에는 성당을 빼곡히 가득 메웠다. "원래 이 날이 첫 창립총회가 있는 날로 미사는 후원회원들을 위한 생미사로 계획했는데 이태석 신부님의 추모미사가 되어 총회에 참석한 신자들과 후원자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했다"고 이인석 간사는 전했다. 추모미사에는 후원회를 창립 때부터 돕고 있는 미주 지구촌 공생회 현철 스님을 비롯해 미주서부지역 원불교 정안 교무와 성공회 김요한 신부 등이 참석했다. 이태석 신부는 부산 경남고등학교를 마친 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1987년 내과). 군의관을 제대한 후 곧바로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 광주 가톨릭 신학대학과 로마 살레시오 신학대학교를 마친 2001년 사제서품을 받자마자 지금의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 마을을 지망해서 사제로서 첫 시작을 했다. 형(이태영 신부 성프란치스코 한인성당 주임으로 계시다 지난해 귀국)을 비롯해 가족환경이 종교적인 이 신부는 '너희과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복음 25장 40절)'는 성경 말씀을 가장 좋아했다. 로마 유학생 시절 여름방학을 이용해 '가장 작은이들'이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했고 그 때 아프리카가 떠올라 가보기로 했다. 케냐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활동하는 인도 출신의 신부를 우연히 만나게 됐고 그가 수단으로 가는 중이라며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간 곳이 바로 톤즈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 신부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살 곳'임을 알았고 모든 신학공부를 마치고 사제서품을 받자마자 자원해서 '뼈를 묻기 위해'병원도 학교시설도 또 수돗물도 나오지 않는 정말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톤즈로 2001년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신부를 도울 사람들은 주변에 없었다. 현지 의사는 이 신부가 유일했고 간호사는 인도출신의 수녀가 전부였다. 우선 직접 흙으로 병원 비슷한 것을 지어 오전에는 환자를 보고 오후에는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소문을 듣고 이웃 마을에서까지 환자가 와서 하루에 200명이 넘는 환자를 보게 됐고 아이들 역시 처음엔 200명 정도가 점차 1000명이 넘어 학교 시설이 절실하게 됐다. 결국 한국에서 도움을 청하게 됐고 2004년 한국에서 수단 어린이장학회가 마련됐다. 미주지역에는 2008년 성령대회때를 인연으로 지금의 후원회가 설립되어 올해 1주년을 맞을 때 이태석 신부의 선종소식에 접하게 된 것이다. 거의 24시간을 주민을 위해 생활해 온 이 신부는 1년반 전에 한국에 가서야 자신이 대장암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16차례나 힘든 항암치료를 잘 견뎌내며 평화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임종은 가족들과 형인 이태영신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석 간사는 "처음부터 종교를 떠나 정말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길 원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으로 출발한 만큼 신부님의 그 뜻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봉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위한 봉사가 되어야 진정한 봉사라는 생전의 신부님의 말씀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후원회 웹사이트 www.shukuranbaba.com 글.사진 김인순 기자

2010-01-19

이태석 신부 후원회 창립에 목사·스님·교무 참석 '사랑 실천' 종교계 뭉쳤다

이태석 신부의 사랑 실천이 종교의 차이를 넘고 있다. 이 신부는 내전과 가난으로 황폐해진 남수단 톤즈에서 신부로 의사로 교사로 희망을 꽃피우고 있는 이 신부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인 가톨릭계는 이 신부를 지원하기 위해 '아프리카 희망 나눔 후원회'를 조직했다. 후원회는 마침내 지난달 17일 토렌스에 있는 성프란치스코한인천주교회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개신교의 양현승 목사와 불교의 현철스님 원불교의 정안 교무가 참석했다. 후원회 회장이며 이태석 신부의 친형인 이태영 신부는 이를 "좋은 일들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종교가 평화를 지향하지만 종교 때문에 다투기도 하는 현실도 있으니까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평화를 이룩하는데 솔선수범하는 것입니다. 단체가 커져서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은 (함께) 할 것입니다." 미주종교평화협의회 상임대표인 양 목사는 창립총회 축사에서 "희망은 부족한 가운데서도 나눌 수 있어서 좋습니다. 비빌 언덕이 되는 희망은 나눌수록 좋습니다. 종교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실천입니다. 참여합니다"라고 밝혔다. 양 목사는 "협의회 차원에서 참가를 결의했고 후원회에 헌금도 했다"고 말했다. 양 목사는 또 이태석 신부 후원카페에도 글을 남겨 종교를 뛰어넘는 지지와 참가를 표시했다. 양 목사는 "아프리카에 '희망봉'이 있듯이 여기 토렌스에 '희망봉'이 오늘 생기게 된다"며 "(후원회가) 아프리카의 수단 어린이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희망을 얻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이화는 "목사님 스님 교무님 신부님과 함께 한 총회는 주님 보시기에도 참으로 아름다운 나눔의 장이였으리라 믿습니다"라고 답글을 올렸다. 이인석 후원회 홍보담당은 "이 신부님의 활동을 담은 책과 DVD를 본 개신교 신자분이 너무 훌륭한 일을 한다며 선뜻 1년치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홍보담당에 따르면 창립총회에는 모두 120여명이 참가했고 이중 80%가 새 회원이었다. 후원회는 우선 회원을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어 브로셔와 영어 자막 DVD를 제작해 2세들에게도 홍보하게 된다. 한국에서 암투병 중인 이태석 신부도 창립총회에 축하와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안유회 기자

2009-02-03

이태석 신부 '수단 교육·의료 선교' 지원···미주 후원회 발족한다

이곳에서 이태석 신부는 2001년부터 묵묵히 교육과 의료에 헌신하고 있다. 초가집을 빌려 시작한 학교는 교실 18개짜리로 커졌고 학생수는 200여명에서 초·중·고등학생 1500여명으로 늘었다. 반경 60마일에 의사는 이 신부 단 한 명 뿐. 이곳에 2004년 작지만 병원도 하나 지어졌다. 이 신부의 헌신은 이재현씨가 쓴 현지 방문기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와 KBS의 한민족리포트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후 한국에서는 이 신부의 수단 선교활동을 지원하는 온라인 카페 ‘수단이태석신부님/수단어린이장학회’(http://cafe.daum.net/WithLeeTaeSuk/)와 (사)수단어린이장학회가 발족돼 이 신부의 수단 선교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미주에서도 이 신부 지원 움직임은 개인적인 차원을 벗어나 후원회 결성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미주에서 이태석 신부 지원은 지난해 8월 남가주 성령대회를 계기로 본격 논의됐다. 이 신부가 성령대회 초청강사로 참석해 수단에서의 활동을 들려주면서 부터다. "나와 형제라는 걸 알고 많은 사람들이 문의를 했어요. 돕고 싶다고. 후원회가 없음에도 그 동안 후원금을 보낸 이들만 200명 정도가 돼요. 지역도 가주부터 라스베이거스 뉴저지 등 넓었습니다. 작은 규모면 후원회를 안 만들었을 텐데 후원회를 만들 정도로 사람들이 모였어요." 이태석 신부의 친형인 이태영 성프란치스코 한인천주교회 주임신부의 말이다. 성령대회 이후 일어난 후원 열기는 마침내 '아프리카 희망 나눔 후원회'(Charity Foundation for African Catholic Mission)로 이어졌다. 이인석 홍보이사에 따르면 기부자는 세금혜택을 받고 돈의 출처와 사용처는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인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며 비영리 단체 등록도 끝냈다. 회장은 이태영 신부가 맡았다. 최귀환 서기 나수지 재무 등 임원과 이사진이 정해졌다. 이 신부를 제외하면 모두 평신도로 자원봉사자다. 후원회는 오는 17일 오후 5시 성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창립 총회 겸 발족식을 갖고 정식으로 출범한다. 한인 가톨릭계에서 각 본당이나 개인별로 해외선교를 후원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후원회를 결성하고 법인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후원회 출범은 한때 보류될 뻔했다. 이태석 신부가 오랜 오지 선교로 피로가 누적돼 요양을 필요로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이 신부가 수단에 없는 상태여서 후원회를 보류할 생각이었어요. 한데 후원금이 계속 들어오고 이사진을 중심으로 이 신부 개인의 일 만은 아니니 계속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태영 신부는 후원회 결성의 의미를 '나눔의 행복'으로 해석했다. "나누는 것이 행복이란 걸 다 알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태석 신부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질 사회 안에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가치입니다." 이태영 신부는 성령대회 참석차 미국에 왔을 때 "미국엔 돈이 있으면 없는 게 없고 수단에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나눔이 왜 필요하고 나눔이 왜 아름다운 지를 알 수 있는 말이다. 후원금은 우선 교육에 집중될 계획이다. "어려운 곳이어서 의류 등 기본 생필품도 필요하지만 미래 지향적으로 아이들 교육을 도와야죠. 교육에도 질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도 (한국전 이후에) 천막 학교에서 시작해 차츰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한국이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열이었고요." 이태석 신부는 수단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아름다웠던 것이 아이들의 눈망울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러가지가 함축된 말이죠. 아픔을 호소하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가 나누었을 때 펼쳐질 미래를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곳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해요. 배우고 싶은 열망일 수도 있고요." 이 신부는 앞서 나가는 것을 경계하는 듯했다. 현지 방문이나 직접 의료봉사 활동에 대해선 단언하지 않았다. 현지 방문은 정기 교통편이 부족해 비행기를 전세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의료봉사도 현지에 맞는 분야가 있다. 치과의 경우는 용감성의 표시로 생니도 뽑는 수단인들의 특성상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영양이 안좋아서 생기는 피부질환이나 나병.결핵.말라리아 등을 고칠 기본 의약품이 더급하다. "얼마나 많이 호응할지 발전할지 알 수 없지만 나누는 마음을 갖고 출발합니다. 후원회가 커지면 그 때 가서 상황에 맞춰야죠." 시작은 하지만 나중은 하느님께 맡긴다는 뜻으로 들렸다. 문의 (213)258-8665 안유회 기자

2009-01-13

LA오는 '수단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예수님께 하듯 그들에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힘들다는 절망의 땅 수단. 7년째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과 희망을 심고 있는 이태석 신부가 LA에 온다. 이달 23·24일 LA테크니컬 칼리지에서 열리는 제21회 남가주 성령쇄신 대회에서 2차례 강의할 이 신부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 남수단은 많은 한인들에게 낯선 곳입니다. 남수단은 또 신부님이 계신 톤즈는 어떤 곳입니까? "수단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북쪽엔 무슬림 정부군의 통치하에 많은 아랍인들이 살고 있고 남쪽은 대부분이 아니미스트 아니면 크리스천으로 본토 흑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경제 수준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30년 전 남수단의 흑인들이 반군을 형성해 내전이 시작되었다. 2005년 평화협정과 함께 종식된 25년간의 긴 전쟁으로 많은 것들이 파괴됐습니다." -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아는데 신부님이 계신 톤즈의 사람살이는 어떻습니까? "전쟁 뿐만 아니라 뜨거운 열대성 기후와 황폐화된 사막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합니다. 전기와 전화시설은 물론 라디오 TV 등 문화시설이 전무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 한 두 끼로 연명하고 있고 영양실조와 의약품 부족으로 말라리아 감영성 질환 결핵 한센씨병 등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톤즈는 남수단의 남서부쪽에 있는 작은 타운으로 인구는 5만 정도." - 하루 일과는 어떻습니까? "아침 6시에 일어나 다른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140여 명의 기숙사 아이들과 함께 아침기도와 미사를 드립니다. 아침식사를 한 후 8시 30분부터 병원으로 가 진료를 시작합니다. 중3과 고1 수학을 가르치고 있어 수업이 있는 날엔 오전 진료를 그만두고 학교에 갑니다. 그리고 짬 나는 대로 건물 공사장(기숙사 초등학교 분교 공사 고등학교 건립 등) 감독도 합니다. 점심 식사 후 잠시 휴식하고 아이들 음악(밴드부와 그룹사운드)을 가르치고 5시 이후엔 농구나 축구 등 게임을 합니다. 저녁기도와 저녁식사 후 다시 병원으로 가 응급환자가 오면 치료하고 환자 대기실의 전등 밑에서 학생을 학습지도합니다. 10시 반이나 11시에 방으로 돌아와 12시 쯤에 취침합니다." - 음악을 배운 것도 의사가 된 것도 서른일곱 늦깍이로 사제가 된 것도 다 남수단에 가기 위해서 그랬던 것처럼 보입니다. 왜 남수단인가요? "선교사가 되기로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아프리카를 직접 보고 싶어 로마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 1999년 여름방학 때 잠시 케냐를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마침 남수단에서 선교하시던 인도에서 오신 제임스 신부님을 케냐에서 만났는데 그 분의 권유로 전쟁 중이던 수단을 열흘 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남수단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하고 가장 버림받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생각했고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이 바로 예수님에게 해준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 좌절도 없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있었다면 어떻게 이겨냈는지. "솔직히 말해 좌절한 적은 없었던 것 같고…아마 좌절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전쟁 중에 이 곳에서 무언가를 계속 퍼주어야 하는 삶이었기에 6개월 정도 살다 보면 육체적으로(몸무게가 보통 6~7 킬로그램 빠짐) 심리적으로 많이 지치게 됩니다.(버틸 수 있는 한계 상황 같습니다). 이땐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인근 케냐의 나이로비로 나가 2~3주 정도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 그 곳에 가신 게 2001년입니다. 나눈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가진 것 열 중에 하나를 나누어 주면 십 분의 일이 줄어듭니다. 수학적인 나눔은 양이나 숫자가 작아지게 하는 것이지만 하느님의 가르침인 하늘나라의 수학에서 나눔은 곱셈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 모든 것이 열악한 그 곳에서 하느님은 어떻게 존재하고 계십니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만큼 은총도 크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곳의 상황이 열악하면 열악할수록 이 곳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이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부족할수록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이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 지금 신부님의 가장 간절한 기도는 무엇입니까? "전쟁의 종식과 세계 평화가 내가 매일 바치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 성령대회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십니까? "사실 성령대회의 경험이 없어 조금 두렵습니다. 아프리카의 한 부시맨이 미국에 살고 있는 수천명의 성령 전문가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 같고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많이 망설여집니다. 성령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준다기보다 이 곳의 나의 삶을 함께 나눔으로써 나와 이 곳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령을 그들이 직접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유회 기자

200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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